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체크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소셜 미디어의 피드를 넘기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자기계발에 매진합니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면,
왠지 모를 불안감과 죄책감이 엄습하곤 하죠.
하지만 예술가이자 작가인 제니 오델(Jenny Odell)은
그의 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통해
우리에게 아주 불온하고도 매력적인 제안을 던집니다.
이제 그만, 생산성이라는 이름의 쳇바퀴에서 내려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1.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게으름이 아닌 ‘저항’이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우리의 '관심(Attention)'이 곧 돈이 되는
관심 경제의 시대입니다.
플랫폼 기업들은 고도의 알고리즘을 동원해
우리의 시선을 스크린에 묶어둡니다.
우리가 무심코 스크롤을 내리는 매 순간,
우리의 관심은 데이터로 치환되어 수익으로 변합니다.
제니 오델은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내 주의력을 자본에 팔지 않고,
내가 서 있는 장소와 생태계에 다시 연결되는 것이
진정한 휴식임을 알려줍니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클릭하고 소비하기를 거부하고,
내 관심의 주권을 다시 찾아오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회로부터 도망쳐 산속으로 숨어버리는 '도피'와는 다릅니다.
삶의 한복판에 서서, 나를 조종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단단한 거부의 몸짓입니다.
2. 스크린 너머, ‘실재하는 장소’에 뿌리 내리기
그렇다면 관심을 어디로 돌려야 할까요?
오델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물리적 장소'를 주목하라고 조언합니다.
온라인 세상은 시공간의 경계가 없지만,
우리는 구체적인 생태계와 지역 사회 안에 살고 있습니다.
그녀가 제안하는 실천법 중 하나는 '새 관찰하기'입니다.
평소엔 그저 배경 소음처럼 들리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관찰하는 것이죠.
내가 사는 동네의 나무 이름을 알아가고,
지역 도서관에 방문하며, 동네의 역사를 살피는 일.
이런 행동들은 파편화된 우리의 자아를
다시 현실에 단단히 결속시킵니다.
픽셀 너머의 가상 세계가 아니라,
숨 쉬고 박동하는 실재하는 세계로 복귀하는 과정입니다.
3. 유용성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연습
우리는 어떤 취미를 가질 때조차 "이게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혹은 "이걸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멋져 보일까?"를 고민합니다.
즉, 나의 모든 행동을 '수익'이나 '평판'이라는 결과물로 연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오델은 '아무런 목적도 없는 활동'의 가치를 역설합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관찰력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행위들입니다.
목적 없이 산책하고, 구름의 모양을 관찰하며,
이름 모를 풀꽃을 들여다보는 시간.
이런 시간들이 쌓일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내면적 질서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4. 관심을 재배치할 때 열리는 새로운 세상
내가 나의 관심을 어디에 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합니다.
자극적인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숲과 강,
그리고 침묵 속에 잠겨 있는 나의 내면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효율성이라는 잣대로만 세상을 보면,
세상은 착취하고 이용해야 할 자원의 집합일 뿐입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깊이 들여다보면,
세상은 경이로움과 복잡함으로 가득 찬 경이로운 장소로 변합니다.
결론: 오늘 여러분의 '관심'은 어디에 머물렀나요?
만약 오늘 하루가 너무나 공허하고 바쁘기만 했다면,
단 10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창밖의 나무 흔들림을 관찰하거나,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 정적 속에서 비로소 진짜 세상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생산성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하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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