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철학

[주목 경제 사회 #1] 가짜뉴스와 혐오가 넘쳐나는 진짜 이유

paideia 2026. 5. 28. 08:00

스마트폰을 켜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심지어 이 재밌는 것들이 전부 '공짜'죠.

 

참 편하고 좋은 세상 같지만,

언제부턴가 자극적인 영상들을 멍하니 보고 나면

불쾌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미디어 석학인

팀 우(Tim Wu) 교수의 분석을 접하면 답이 명쾌해집니다.

 

저서 《주목하지 않은 권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이 서비스들을 절대 공짜로 쓰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돈 대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하고 한정된 자원인

'시간과 집중력(주목)'을 통째로 갈아 넣고 있는 것입니다.


1. 소비자가 아니라 ‘상품’이 되는 구조

구글이나 유튜브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들의 본질은

‘주목 상인(Attention Merchants)’입니다.

 

이들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단순하고도 잔인합니다.

 

먼저 눈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며 미끼를 던집니다.

신나게 구경하느라 대중이 개미지옥처럼 모여들면,

 

이 주목 상인들은 사람들이 화면을 쳐다보는

그 '시선과 시간'을 통째로 수확해

광고주들에게 거액을 받고 되팝니다.

 

결국 사용자는 플랫폼을 즐기는 주체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그들이 광고주에게 팔아넘기는 ‘상품’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무료함을 달래려 스크롤을 내리고 숏폼을 넘길 때마다,

거대 기업들의 금고에는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습니다.

 

2. 알고리즘이 가짜뉴스와 자극을 사랑하는 이유

인터넷 세상이 이토록 분노와 혐오,

자극적인 가짜뉴스로 가득 차게 된 배경에는

바로 이 주목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흔히 일부 콘텐츠 창작자들의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하기 쉽지만,

본질은 플랫폼의 작동 원리에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목표는 오직 '돈'과 '체류 시간 극대화'에 있습니다.

 

슬프게도 인간의 뇌는 차분하고 건전한 진실보다

화가 나고, 공포스럽고, 누군가를 악마화하는

자극적인 거짓말에 훨씬 더 빠르게 반응하고

오랫동안 시선을 빼앗깁니다.

 

결국 플랫폼 시스템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필연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퍼뜨리고

조회수를 몰아주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자극을 쫓는 불나방 같은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복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3. 200년간 진화해 온 주목 상인들의 잔혹사

많은 사람이 ‘주목 경제’를 스마트폰이 낳은 최신 트렌드로 생각하지만,

팀 우 교수는 이 괴물이 지난 200년간 인류 역사 속에서

어떻게 교묘하게 진화해 왔는지 추적합니다.

 

  • 1단계 (탄생):
    1830년대 뉴욕, 단돈 1센트짜리 지라시 신문(Penny Press)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신문 값을 낮추는 대신,
    대중을 자극하는 범죄, 가십, 위조된 폭로 기사를 실어
    독자를 모으고 이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했습니다.

  • 2단계 (침공):
    라디오와 TV의 발명은 주목 상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과거에는 일터나 길거리에서만 마주치던 광고가
    인간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가정의 거실’까지 침투해
    가족들의 저녁 시간을 통째로 수확해 갔습니다.

  • 3단계 (점령):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의 결합은 주목 경제의 최종 진화형입니다.
    이제 주목 상인들은 우리의 주머니 속에 24시간 상주합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의 심리적 취약점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우리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도록 맞춤형 자극을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4. 주머니 속의 지배자, 정신적 주권을 찾아서

결국 지금은 주목 상인들이 주머니 속에,

침대 머리맡에 24시간 상주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잠들기 직전에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귀신같이 분석해

"이것만 더 봐봐!"라며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팀 우 교수는 이를 두고 현대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주권을 상실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영상을 고른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의 정교한 프로그래밍에 뇌를 조종당해

'생각할 권리'를 빼앗긴 상태나 다름없다는 뜻입니다.


결론: 이제는 ‘정신적 반란’이 필요한 때

인간의 눈길을 돈으로 바꾸는 '주목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사회적 신뢰는 무너지고 개인의 정신은 피폐해지기 쉽습니다.

돈벌이를 위해 자극과 거짓을 일삼는 생태계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제도적 규제만큼이나 사용자 자신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제 거대한 자본과 알고리즘의 유혹에 맞서

'정신적 반란'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무심코 누른 조회수 하나, 멍하니 보낸 1분이

누군가의 탐욕스러운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음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합니다.

 

보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는

'디지털 디톡스'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하지만 막상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면 밀려오는

지독한 심심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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